복음의 동역자님께,
예수님 이 땅에 오신 성탄절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합니다.성탄 카드를 주고 받지 않은지도 모두들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킴 미션의 오랜 동역자요 부이사장이신 임소영 장로님은 올해도 어김없이 정성과 기도가 가득 담긴 예쁘고 품위있는 성탄 카드를 우편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십 수년 째 이어지는 아름다운 손길,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갚을 수 없는 섬김입니다. 저 자신도 젊은 시절 한 때는 해년마다 성탄카드를 수십 통씩 직접 정성껏 만들어서 여러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낸 적이 있었기에, 카드를 직접 만들어 시간에 맞춰서 우편으로 직접 보낸 다는 것이 얼마나 정성스런 마음과 수고를 의미하는 지 잘 알기에, 이 바쁘고 분주한 세상에 직접 손으로 준비하고 글을 쓰고 또 우체국까지 가서 우송하는 그 마음이 더 깊히 와닿습니다.
돌아보니 내가 직접 성탄카드를 구입하고 그 안에 축하와 축복의 말을 손글씨로 써서 우편으로 보낸 지가 십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바로 며칠 전, 제가 직접 성탄 카드를 골라 구입하고, 그 안에 정성껏 복음과 축복의 메시지를 쓰고, 작은 선물 (Gift Card)까지 넣어서 한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그 사람은 아홉살 난 M이란 어린이입니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며칠 동안 내 마음을 아프게 한, 내가 돌보고 섬기는 이곳 투산 애리조나 교도소 웻스톤 유닛 소속 한 재소자의 아들입니다.
“채플린 목사님, 제가 얼마전 다른 교도소에서 이곳으로 옮겨져 왔습니다. 그 동안 2 차례나 옮겨지다 보니, 진작 제출해야 했던 “앤젤 츄리Angel Tree” 신청서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들이 하나 있는데, 지금이라도 목사님께서 저의 앤젤츄리 신청서를 처리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하고 처음보는 재소자, 30대 중반의 백인 청년이 내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몇 달 동안이나 지니고 다녔는지, 손 글씨로 빼곡한 낡고 바랜 앤젤 츄리 신청서가 들려있었습니다.
앤젤츄리 Angel Tree는 미국 최대의 교도소 사역 복음전도 단체인 프리즌 풸로쉽 Prison Fellowship (PF, 닉슨 대통령의 워터 케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생활을 한 전 백악관 법률고문 척 콜슨Charles Colson이 교도소에서 예수님을 영접, 변화되어 시작한 세계적인 선교단체)에서 매년 성탄절에 수천 수만 수감자들의 신청을 받아 그 18세 미만 자녀들에게 1인당 25불/3만원 상당의 성탄 선물을 카드와 함께 직접 우편으로 보내주는 사역입니다.
이 앤젤츄리 선물 보내기 사역은 그 신청을 받는 일부터 각 교도소 및 지역별로 수신자, 발신자 확인, 심사, 그리고 12가지 정해진 선물종류 가운데 각 재소자가 자기 자녀에게 배달되기 원하는 한 가지씩의 선물과 카드까지 준비하는데 많은 자원봉사자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년 9월1일까지 신청서를 마감하고 금년에도 우리 교도소에서는 약 2천500명의 어린이들 (우리 웻스톤의 경우 어떤 재소자는 신청 자녀가 9명, 11명까지)을 위한 신청서를 프리즌 풸로쉽으로 보냈습니다.
9월1일에 이미 마감된 신청서를 12월 13일에야 내게 가져온 재소자. 나는 그의 표정과 눈을 마주보면서 그가 진심으로 아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무언가 그 아들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한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하지만 앤젤츄리는 이미 신청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늦었으니, 나는 그 자리에서 그에게 처리가 불가함을 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떤 도울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지만 엄격한 교정당국의 규정들이 금새 저의 고개를 젖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미안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이 신청서는 처리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이 내게 충분히 전해져오고, 나 또한 자녀가 있는 부모로서, 이 신청서를 내 사무실 책상앞에 붙여두고, 당신과 당신의 아들 M을 위해 기도해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원하나요?” 했더니, 그는 매우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꼭 자기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그 신청서를 자세히 읽어보다가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재소자의 아홉살 난 아들은 현재 재혼한 엄마를 따라 계부stepfather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 성씨도 새아빠의 성으로 고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재소자가 신청서 한 켠에 큰 글씨로 쓴 한 마디, 선물받는 아이에게 아빠가 직접 전하기 원하는 한줄짜리 메시지 란에는, “I will never give up on you! – Dad” (아빠는 너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거야!)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이 청년이 체포 수감되었나 싶어 찾아보니, 그의 범죄사실은 어이없게도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한 밤 중에 이웃 가게들을 돌며 별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훔치다 체포된 것이었고 그로인해 8년 6개월 형량을 선고받아 아직 1년 반의 형기가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아들이 2살일 때 잡혀들어와 지금까지 아들을 보지 못했고, 아들에 대한 양육권도 빼앗긴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은 편지접촉이나 (교도소 규정과 PF의 앤젤츄리 대상 선정 원칙에 의하면, 카드와 선물우송을 신청할 자격조차도 박탈당한 신분이었습니다.
그의 신청서를 나의 사무실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거듭 쳐다보며 이 가엾은 아비와 아홉살 난 아들을 위해 반복해서 기도하는데, 성령님께서 거듭된 탄식과 긍휼의 마음을 제게 쏟아 부으셨습니다. 하지만 엄한 규정과 법률을 지켜야 하는 교도소 채플린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였습니다. 교도소 채플린은 재소자 혹은 그 직계가족의 사망 통지 Death Notification 이나 아주 응급한 상황 이외에는 재소자의 가족과 접촉, 연락을 취할 수 없으며 심지어 형기가 끝나고 퇴소한 이후에도 2년 간은 접촉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며칠을 두고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님께서 제게 주신 지혜와 결론은, 이 아이에게 내가 직접 준비한 성탄 카드와 작은선물을 보내되 재소자, 곧 그 아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우편물을 보내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이상 멈추어있던 저의 성탄카드 우편으로 보내기가 실행되었습니다. 아빠가 어린 아들에게 보내는 예쁜 성탄카드를 골르고, 월마트에 가서 50불짜리 기프트 카드를 구입하였습니다. 카드 겉 봉투에는 그 아빠의 이름을 수신자로, 속지에는 “이 성탄 카드와 작은 선물은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M에게 그의 아빠 B의 이름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M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장래에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그 아빠가 신청서 한켠에 쓴 “아빠는 너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거야-아빠가” 문구 부분을 그대로 오려내어 붙여주었습니다. 아이가 아빠의 손 글씨를 직접 보고 읽을 수 있게, 그리고 멋 훗날 아이가 아빠를 다시 만날 때, 이 모든 상황전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재소자 역시 이 카드를 보며 자신이 직접 쓴 그 마음의 다짐을 돌아 볼 수 있기를 소망하며.
지난 주일, 퓌닉스Phoenix에서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그 카드를 우체국 앞 우체통에 넣으면서 이 작은 섬김이 그 어떤 문제의 소지도 되지 않는 대신, 하나님의 손과 성령님의 역사로 큰 위로와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랑하는 킴 미션 동역자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과 섬김을 대신하고 대표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지극히 작은, 그러나 너무나도 소중하고 필요한 킴 미션의 성탄카드 보내기 사역이었습니다. 동역자 여러분께서, 여러분의 자녀들과 사랑하는 모든 가족들과 함께 그 어느 해 보다도 더 따뜻하고 평화와 기쁨과 영감이 넘치는 성탄절을 맞이하시기를 간구하며 축복합니다. 찬미예수!
* 저는 이번 지나간 월요일, 투산에 있는 VA Tucson Medical Center에 가서 볼티모어 VA 재향군인 병원에서 요청한 지문검사/혈액검사/마약검사/신체검사를 마쳤습니다. 저의 선교사역을 위한 하나님의 새로운 인사이동명령이 임박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와 기도로,
김경환 목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