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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버즈(Snowbirds) – 아리조나 겨울 손님들

스노버즈(Snowbirds) – 아리조나 겨울 손님들

“우리는 스노버드들이에요. 두 주전 워싱턴주 소포케인에서 왔지요. 그런데 새로 렌트한 집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남편이 오늘 샤워를 하고 뒷걸음질로 나오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어제 오후 애리조나 피닉스 시내에 위치한,  배너 굿 사마리탄 메디컬 센터 외상병동 (Trauma Depart) 응급실. 80세의 백인 할머니가 병원 채플린인 내게 손을 맡긴채 한 말이다.  81세의 할아버지는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응급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스노버드 (snowbirds)란 눈으로 뒤덮이는 겨울을 피해 남쪽 따뜻한 지역에 내려와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이곳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는 약40만 명의 스노버드들이 캐나다와 미국 북부 타코다, 몬태나,  아이다호, 와이오밍 등 여러 주들로부터 내려와 따뜻한 기후를 만끽한다.  60대 후반부터 80대에 해당하는 중산층 이상 백인 은퇴 연금 대상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온이 화씨 110도 (섭씨 43.3도)를 넘나드는 아리조나의 여름은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 도시 자체가 한산해 지지만, 평균 온도가 아침 45도 (섭씨 8도),한 낮 70도(섭씨 21도) 정도를 유지하는 겨울이면 평소에 전혀 없던 한 낮 교통체증이 곳곳에서 일어날 정도로 스노버드들로 붐비게 된다.  피닉스 지역에만 200개가 넘는다는 골프장들도 이들 스노버드들로 인해 겨울 입장료가 한 경기당 80불~100불을 훌쩍 넘는다 (한 여름에는 카트 포함 15불 선). 매년 12월 부터 4월 사이에 형성되는 폭발적인 수요를 위해 아리조나는 수 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동식주택 지역(RV Park)이 여러 군데 형성되어 있고, 각종 의료기관들도 겨울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며 특수를 노린다.  피닉스 시내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한 그림같은 캐년 레이크 (Canyon Lake) 에는 또띠야 플랫 (Tortilla Flat)이라는 유적지가 있는데,  이 작은 마을에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수퍼스티션 살롱 (Superstition Salon)이 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수백 명이 줄을 서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입장 할 수 있는데 , 이 허름한 식당 안은 온통 1불짜리 지폐로 도배가 되어 있다.  손님들이 기념으로 지폐에 싸인하여 벽에 붙이고 가는 전통 때문이다. 현재까지 약 3만불이 된다고 한다. 스노버드들은 유유자적, 여유롭고 관대하고 표정들이 밝아 대부분 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들이 더해진다고 해서 불편해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생기와 온기가 더 넘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조나의 겨울은 언제나 따뜻함과 풍성함으로 넘쳐난다.

한편 어제 병원 외상병동에서 만난 스포케인에서 온 스노버드 할아버지는 여러 검사결과 골절이나 뇌진탕과 같은 큰 부상이 없다고 했다.  잠시 그의 병상 머리맡으로 가서 바깥 가족대기실에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시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우리 할멈이 많이 놀랐을텐데…” 하면서 오히려 아내 걱정을 하며 가엾은 표정을 지으셨다.  약 한시간 이상을 나는 금년이 결혼 60주년이라는 그 할머니 – 60년 전에는 아마도 백설공주 (Snowwhite)처럼 곱고 사랑스러운 신부였을 – 곁에 앉아 그 노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아직 신혼이던 1954년에는 미군이던 남편이 한국으로 파병예정이었다가 갑자기 독일로 변경이 되어 지금까지도 한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마음에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며, 지금까지 함께 살아오는 인생의 고비고비 마다 두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으로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었다는 믿음의 고백 등등…”오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당황스럽고 어쩔줄 몰랐는데, 늘 마음 속에 기억하던 한국으로부터 온 목사님으로부터 이렇게 따뜻한 위로를 받고 보니, 역시 이 순간에도 주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시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너무나 감사해요.” 미소와 함께 할머니 얼굴의 주름살들이 환하게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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