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며 사랑하는 복음의 동역자님께,
이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 가을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동역자님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주일 낮예배를 마친 뒤, 모처럼 당직근무가 없는 날이라 우리 교회 서권사님 댁에 심방을 갔습니다. 평소에도 늘 기도와 말씀 속에 살아가시면서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전도하시는 권사님은 그날 주일 예배에도 평소 마음에 품고 기도하시던 세 명의 이웃을 예배로 인도하신 터였습니다. 예배 후 권사님과 미국인 남편은 새로 나온 그 이웃들을 집으로 태워다 주고 나서 우리가 먼저 도착한 집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권사님은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주먹만큼 크고 탐스럽게 영글은 감을 한 바구니 내어주셨습니다. 뒷 마당에 심은 감나무가 잘 자라서 열매를 맺었는데 대부분의 열매를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장 탐스럽게 잘 익은 첫열매를 고이 간직해 두었다가 주의 종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나는 권사님의 사랑과 기도와 지난 1년 간의 정성이 가득 담긴 그 과일을 받아들면서 며칠 전에 읽고 묵상한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내가 인도하는 땅에 들어가거든, 그 땅의 양식을 먹을 때에 여호와께 거제를 드리되 너희의 처음 익은 곡식 가루 떡을 거제로 타작 마당의 거제같이 들어 드리라. 너희의 처음 익은 곡식 가루 떡을 대대에 어호와께 거제로 드릴지니라.” (민수기15:17-21)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제사장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그 삶의 현장에서 드릴 수 있는 감사의 제사가 바로 하나님 주신 곡식이나 열매를 추수한 그 현장에서 두 손으로 높이 들어 올려드리는 거제 (擧祭, present offering)였습니다. 성소 안에서 제사장이 제사를 드릴 때 양이나 송아지 등 제물을 불로 태우기 전에 먼저 들어 올려 하나님께 보여드리고 드리게 되는데 이 때는 요제(搖祭, wave offering) 즉 흔들어서 드리는 제사라고 합니다. 거제는 요제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성소 밖에서 드려질 때 일컫는 말입니다. 제사장이 대신 제물을 드리더라도 하나님과 사람 앞에 그 제물을 들어 보이며 (누가 드리는 제사인지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제사장이 아닌 개인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노동과 수고의 열매, 혹은 하나님께서 순간순간 베풀어주신 기대치 않은 열매나 결과에 감사하며 바로 그 깨닫는 자리, 수확의 현장 (타작마당) 에서 하나님을 향해 들어 올려 보여드리며 감사하는 제사가 곧 거제입니다.
서수현 권사님은 남편따라 미국에 와서 수십년 간 사는 동안, 온갖 수고와 고생 가운데, 특히 집 거실 한켠에 바느질감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열심히 노동하던 중에 예수님을 만나 영접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남편을 위해 미국교회 두 곳을 7년, 7년, 도합 14년 간이나 함께 나가 나란히 앉아 예배 드리며 기도한 끝에 그도 역시 구원받고 충성된 일꾼이 되도록 이끈 믿음의 용사입니다. 이날도 권사님은 우리가 처음 듣는, 달디 단 연시감(a ripened persimmon) 보다도 더 향기롭고 소중한 간증과 고백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권사님께서 주신 그 크고 탐스런 감 열개를 사과 두개와 함께 비닐 봉지에 밀폐하여 실온에 보관하였더니 4일 만에 완전한 홍시가 되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우리의 이웃 사촌이요 복음의 동역자들인 이순권 박사 부부 그리고 신완수 박사 부부와 함께 이박사님 댁에서 만났을 때 이 감홍시를 냉동실에서 하루 밤 얼린 상태로 가지고 가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서 권사님의 그 믿음과 사랑과 정성을 이야기하면서…..
또 한 장면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감동을 받고 도전받게 되는 거제擧祭와 전제(부어드리는 제사, drink offering)의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역대상 11:15-19절에서 다윗이 주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부어드린 제사입니다. 격렬한 전투에서 적과 대치하고 있던 다윗왕은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 속에 고향 땅을 20㎞ 떨어진 먼 곳에서 바라보며 혼자 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누가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좀 마시게 하지?” 이 때 그의 부하 장수들 가운데 세 용사가 블레셋 군대를 충돌(돌파: Break Through)하고 물을 떠옵니다. 하지만 그들의 충성스런 헌신과 희생에 감동한 다윗왕은 그 물을 감히 마시지 못하고 하나님 앞에 부어드리며 서원 합니다. “주님! 이것은 물이 아니라 그들의 피 입니다.”
우리 킴 미션 (Korean American Ministries) 은 크지않은 규모의 비영리선교단체로서 20여명의 동역자들 (현재 서너명의 매월 정기 재정후원자들)과 4개 교회의 정기재정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교회와 개인은 벌써 10년 이상 정기적으로 선교후원금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저 자신도 수년간 저의 신학대학원 동기 선교사님을 위해 선교헌금 매월 정기적으로 송금해 본 적이 있습니다만, 아무리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재물인 줄을 안다고 할지라도 그 물질을 타인을 위하여 (복음전도 혹은 구제목적으로) 드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더구나 수년 간 매월 혹은 매 분기마다 체크를 써서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서 송금해 주는 그 정성과 수고는 너무나도 대단한 헌신입니다. 저는 개인 동역자님들과 동역교회가 보낸 재정후원 우편물을 받아 기록정리하고 영수증을 업데이트하여 보내드릴 때마다 “오 주님, 동역자님들의 이 정성과 수고와 헌신을 주님께서 받아주십시오!” 라고 기도하며 축복합니다. 제 나름대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감사와 축복의 거제(擧祭) 의식입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 감사의 계절을, 우리에게 주신 지난 한 해, 지나온 우리 삶의 여정 위에 때마다 일마다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크고 풍성한 은혜를 기억하며, 내게 있는 작고 적은 것들이라도 이웃들 그리고 동역자들과 나눔으로써 ‘주께 올려 드리는 감사의 제사가 있는’ 계절로 수놓고 채워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 원합니다.
